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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라

Nowadays 2011/12/20 23:21
 이런 긴급 지령들에는 근본적으로 반이론주의적 강렬함이 있다. "생각에 잠길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행동해야 합니다." ...... 이런 거짓 급박감을 보고 있으면 1870년 마르크스가 엥겔스에게 썼던 근사한 편지를 들이밀고 싶다. 당시 유럽은 잠시 동안이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한 번 혁명이 발발할 듯한 분위기였다. 마르크스의 편지를 보면 그는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진 듯 이렇게 말한다. 혁명가들이 몇 년만 더 기다려줄 수 없느냐고. 그는 아직 자본론을 다 끝내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의 전 세계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분석은 언제나 비난과 부닥치기 마련이다. 이 분석은 명확한 해결책도, 무엇을 할지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도 제시하지 않으며, 터널 끝에 빛이 기다린다는 믿음도 주지 않는데, 그 빛이 우리를 향해 돌진하는 열차의 불빛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령 "그럼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그냥 손 놓고 기다리라고요?"하는 식의 비난 말이다. 우리는 주저하지 말고 대답해야 한다. "예, 바로 그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즉각 참여하고자 하는 충동에 저항하는 것, 끈기 있고 비판적인 분석을 사용하여 '일단 기다리면서 두고 보는' 것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진정으로 '실제적인' 일일 때도 있다. 현실참여는 모든 방향에서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는 듯하다. ......  이 충고가 그저 값싼 냉소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 사회주의 체제에서, 젊은이들이 무엇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레닌은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 그리고 미디어가 쏟아내는 폭력의 이미지들에 파묻혀 있을 때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무엇이 이 폭력을 초래하는지, 우리는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한다.

 슬라보예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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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일 뿐, 현실은 언제고 급박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반동적인 움직임들과 사회적 폭력, 착취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데에만 급급했던 진보의 지리멸렬함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그 현실 넘어의 새로운 현실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부족에 있다.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조직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렇다. 우리는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2011/12/20 23:21 2011/12/20 23:21

진보의 오남용

Nowadays 2011/12/09 17:10

 진보란 단어가 지금처럼 남용, 오용되던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노동이란 단어가 자기네에게 재를 뿌리는 거라고 주장하는 정당 이름에 '진보' 단어가 들어가는 것만도 기가 찰 일인데,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것이 '보수적인 진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 ··· ion%3D01)
 
 링크된 글에서 필자는 '자본주의의 극복이나 비판이라는 진보의 정체성'이 '우리가 처한 새롭고 변화된 상황과 조건에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서 별다른 <실천적 합리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진보가 눈 앞에 보이는 가능한 것만을 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과거에 비해 눈에 드러나는 현상이 아닌 실제적 삶의 조건들, 즉 계급적 현실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저런 주장에 몰염치하다고 화를 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생각하는 진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 개인도 자신이 생각하는 진보를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한다면, 진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란 불가능하다. 애초에 진보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누가 진보를 어떻게 쓰든 제대로 된 비판이 가능할 리 없다. 즉, 진보를 참칭하는 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은 저 글의 필자가 제기한 아래의 질문에 우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국가 지향의 진보성을 인정한다면서)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전혀 분명하지 않다. 사회민주주의가 시장을, 자본주의를 부정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진보라는 주장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 시대 정신으로 떠오른 복지는 진보의 아젠다인가? 사회민주주의가 당신이 꿈꾸는 진보의 최종점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진보란 무엇인가? 만약 글의 필자가 제기한 모순에 당신이 갖혀있다면, 진보의 오남용을 불러온 것은 바로 진보를 말하는 자기 자신임을 아프게 깨달아야만 한다.
2011/12/09 17:10 2011/12/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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