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란 단어가 지금처럼 남용, 오용되던 시기가 있었던가 싶다.
노동이란 단어가 자기네에게 재를 뿌리는 거라고 주장하는 정당 이름에 '진보' 단어가 들어가는 것만도 기가 찰 일인데,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것이 '보수적인 진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 ··· ion%3D01)
링크된 글에서 필자는 '자본주의의 극복이나 비판이라는 진보의 정체성'이 '우리가 처한 새롭고 변화된 상황과 조건에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해결하는 데서 별다른 <실천적 합리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수적이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진보가 눈 앞에 보이는 가능한 것만을 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과거에 비해 눈에 드러나는 현상이 아닌 실제적 삶의 조건들, 즉 계급적 현실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저런 주장에 몰염치하다고 화를 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생각하는 진보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 개인도 자신이 생각하는 진보를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한다면, 진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란 불가능하다. 애초에 진보 개념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누가 진보를 어떻게 쓰든 제대로 된 비판이 가능할 리 없다. 즉, 진보를 참칭하는 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사람은 저 글의 필자가 제기한 아래의 질문에 우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국가 지향의 진보성을 인정한다면서)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전혀 분명하지 않다. 사회민주주의가 시장을, 자본주의를 부정하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진보라는 주장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 시대 정신으로 떠오른 복지는 진보의 아젠다인가? 사회민주주의가 당신이 꿈꾸는 진보의 최종점인가? 당신이 생각하는 진보란 무엇인가? 만약 글의 필자가 제기한 모순에 당신이 갖혀있다면, 진보의 오남용을 불러온 것은 바로 진보를 말하는 자기 자신임을 아프게 깨달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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